24/05/26 [문희진 집사]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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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진 집사의 고백"


27살, 대학을 졸업한 해에 경제적으로나 마음가짐으로나

아무 준비 없이 남자로서는 조금 이른 나이에

교회 누나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가 없어도 교회에서 만났으니까

믿음 안에서 잘 살 거라는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8년의 열애 끝에 한 우리의 결혼 생활은

시작부터 조금 엇나가고 있었습니다.


둘 다 부족한 환경 가운데 자라면서 생긴 고집,

애정결핍, 인정 욕구, 자격지심 등을

서로가 채워주기만을 바랬고,

아내가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문제를 말씀을 통하여 내 안에서 찾지 못하고

상대방에게서 찾으려 하니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했고,

교회에서 잘 지내고 있는 부부로 사는 것에도 괴리감을 느꼈지만

저한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채린이를 품에 안겨 주셨고

행복도 잠시 아내는 슈퍼 울트라 입덧으로 몸무게가 30kg대로 내려가고,

더 이상 직장을 다니기 힘들게 되어 갑작스레 외벌이를 하게 된 저는

사회 초년생의 월급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싸우는 일이 더 잦아졌고,

육아에 지치고 물질의 힘든 상황을 버티느라

심적으로도 영적으로도 많이 나약해져있는 아내를 보지 못하고

제가 힘든 것만 생각했습니다. 

제 감정만 우선으로 삼느라

가족들이 병들어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살던 중에

둘째 아들 채민이를 주셨고 아내는 임신으로 인한

심한 입덧과 이번에는 산후 우울증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진짜 하나님께 감사하게도

이직을 위한 3개월 정도의 휴직 시간을 주셨고,

입덧과 우울증으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는

방에서 하루 종일 울면서 성경책을 읽고 기도만 했습니다.

그런 아내를 대신해 밤낮으로 수유와 육아를 전담하고,

채린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홀로 100일 정도 아이들을 케어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렵고, 믿음도 몸도 마음도 지쳐

그렇게 결혼생활이 꺼져가는 등불과 같이 캄캄해져 갔는데

놀랍게도 하나님의 회복하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아내가 점차 영육이 회복되었고,

회복과 함께 저에게 그간의 잘못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영적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회복과 좋은 직장도 허락해 주셨습니다.

가장 큰 축복은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하여

10년이 지나서야 서로를 믿음의 동역자로 바라보게 하시고,

13년째인 오늘도 동역자로 살게 하시는 것입니다.


집안에 비로소 진짜 평안과 안식이 찾아온 것입니다.

결혼을 통해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나의 행복만을 이루려고 했던 지난 모습들을 회개합니다.

재작년부터 틈틈이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때때로 내 고집이 올라오고 세상 욕심이 올라올 때가 있지만

예배와 말씀과 기도를 통하여 우리 가정은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가정임을 믿고,

아내와 한 몸을 이루며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