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07 [황규식 담임목사]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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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식 담임목사의 고백"


회하는 수십여 년 동안 교회 안에 미용하는 성도들이 있어서

그들의 손에 의해 이발을 하다가

십 수년 전엔 김중환장로님께서 내 머리를 규칙적으로

2주마다 한 번씩 깎아주셔서 이발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김장로님께서는 이발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먼저 전화를 주시며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나만 사용하는 전용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를 깎은 후,

머리카락을 털어내는 솔도 따로 준비하셨었다.

게다가 이발 시야기(?)로 면도까지 해주며

내 머리를 손봐 주시던 장로님께서

병원을 거쳐 샘물요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거의 한 달은 이발을 안하니,

단정했던 내 머리가 덥수룩하게 되어

이젠 이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깎기 전에 샘물요양원을 찾아가서

장로님을 만나 덥수룩한 내 머리를 보여 드리고,

이젠 어쩔 수 없이 새로 이발할 곳을 찾아야 하기에

마지막으로 장로님을 뵈러 왔다고 말씀을 드렸다.

장로님께서는 내 나이가 구십이 될 때까지

내 머리를 깎아 주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이십 년을 앞당긴 것이었다.

장로님은 당신이 깎아준 머리와 함께 단정한 모습으로

강단에 선 나를 보실 때가 너무 기쁘다며 웃으셨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와 함께 어느 미장원에 가서 머릴 깎는 동안 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그런 모습으로 이발하는 나를 거울 넘어 보는 아내는,

왜 웃지도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냐며

머리 깎는 미용사가 너무 부담스러웠겠다며

다음부터는 부드럽게 웃으며 머리를 깎으라고 잔소리했다.

그 후 벌써 두 번의 이발을 했다.


그동안의 세월 동안 머리 깎는 것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해주신 우리 김장로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프시지 말고 내 나이 구십 살까지 깎아 주시지

왜 이렇게 빨리 그곳에 들어가셨는지 내 마음이 아프다.

“장로님, 이제 따뜻한 봄이 되면 평창 수양관에 가셔서

자연인처럼 사시면서 닭도 키우고 염소도 키우시면서,

산에서 나는 약초 캐드시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그곳에서 사세요.

그럼 제가 두 주에 한 번씩 가서

장로님에게 머리 깎아 달라고 할게요.” 하고 말씀을 드리니,

우리 장로님은 힘없는 웃음을 지으시면서

꼭 그렇게 하자고 말씀하신다.


“고마우신 우리 장로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근데 장로님, 나중에 천국 가서도 제 머리 깎아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