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8 [현경화 사모]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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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화 사모의 고백"


마리아 여인에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니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약속 장소에 일찍 나와 카페에서 큐티를 하려 했던 것뿐인데,

너무 익숙한 본문에서 생각지도 못한 깊은 은혜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웬 주책이냐 싶은데, 그럼에도 마음은 감격스러웠다.

마음의 낙심으로 누가 옆에 있어도 항상 외로운 사마리아 여인은

그런 자신의 수치 때문에 날마다 마실 물을 기르기 위한 수고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해야 한다.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에 시달릴 여인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녀를 찾아오신 예수님이 내게도 찾아오신 것이 오버랩 되었다.


항상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긍정과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결혼생활을 하며 그런 강점이 많이 꺾이게 되었다.

십여 년의 세월 속에서 남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배려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며 그저 억울해하고 분해했다.

죽을 것처럼 땅끝까지 내려가니 하나님은 나의 본 모습을 보게 하셨다.

스스로 세울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렇지 못하게 되었을 때

혈기를 내며 좌절하고, 내가 선하다고 믿었기에 남편을 쉽게 정죄했다.

사랑받고 자랐다며 주어진 역할에 순종하지 않았고,

자유롭게 살았다며 질서를 무시하는 나의 교만함을 보았다.

나는 피해자라는 자기 연민의 감정을 우상으로 삼은 나의 죄는 보지 못했다.

그저 내 삶에 찾아온 문제에 부들부들 떨며,

난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외쳤다.


영원한 샘물을 주시기 위해 찾아오신 예수님 앞에

죽어지기 싫다며 그렇게 억울해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땅이 갈라지자 이 땅에 죽으러 오신 예수님이 보였다.

심령이 가난한 여인이 왜 예수님에게 예배에 관해 물어봤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불안으로 부모님에게 의지하다가

결혼 후에는 남편만 의지하며 살았는데

예수님께서 나로 하여금 사람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셔서

예배로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셨다.

예수님이 내게 가장 다정한 분이시기에 내게 예배는 ‘만남’이었다.

주님의 깊은 지혜로 죄성 가득한 나의 강점은 꺾으시고

초라한 나의 약점을 쓰셔서 보호하시니 감사하다.

나는 실패했지만, 하나님은 그런 나를 통해 성취하신다.

내가 남편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내가 꿈꾸던 대로 우리 가정이 흘러갔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매일 물긷는 수고를 해도

만족이 없어 더 큰 물동이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다녔을 것이다.


구원자 예수님은 들어서 알아도

이 땅에 죽으러 오신 예수님은 만나지 못했기에

오늘의 감격을 누리진 못했을 것이다.

안개 같은 인생을 붙잡으려 했는데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고 영원을 사모하게 하시니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하셨음을 고백하며,

나와 우리 가정의 연약함을 자랑한다.

나로서는 설 수 없는 이 연약한 가정을 통해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한다.

우리 교회 안에도 가정의 여러 일로 힘든 성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예수님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이 힘든 성도들에게 위로를 넘어

오늘을 이겨낼 소망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