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1 [황선균 목사]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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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균 목사의 고백"


호수아 9장에 보면 여호수아가

원래는 멸절시켜야 할 기브온 거민에게 속아서

그들을 살려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록 속고 속이는 관계였지만,

그 가운데도 하나님의 구원과 용납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살면서 제일 많이 속고 속이는 게 부부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도 제 아내와의 관계 속에서

서로 간에 수도 없이 속고 속이면서 그야말로 속앓이를 했지만

그 가운데 서로를 용서하고, 용납하고, 구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제 아내가 저를 용납하는 게 대부분이지요.


아내는 믿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 혼자서 교회를 나가게 되어

집에서는 초대 신앙자였습니다.

그런 아내의 입장에서는, 제가 목회자의 자녀이고 학벌도 좋고

믿음도 좋아 보이고 성품도 괜찮아 보여서 결혼을 했는데,

사실 저는 인격적으로도 흠도 많고,

그러면서도 율법적이고 유교적인 성향이 자기 의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아내가 저에게 속은 거지요.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저도 저에게 속아서 제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오로지 제 기준에서 아내의 모든 게

늘 부족하고 나약하고 성에 차지 않게 보였고,

늘 제가 속았다고 생각하면서 아내의 말과 행동에

항상 지적과 판단과 비난을 늘어놓기 일쑤였습니다.

아내도 처음에는 그런 저에게 맞추기 위해서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제가 워낙 교만하고 완고해서 늘 힘들어했고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분명히 목사님 아들이고 믿음도 좋은 것 같은데,

자기가 정말 모든 게 틀렸고 잘못된 건가 하는 혼란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아내는

결국 자기가 그동안 너무나 철저히 속았다면서

모든 면에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겠다고 선언을 했고,

저희 부부관계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부딪히고 다투고 싸우고

눈물을 흘리는 나날이 이어졌고, 저는 저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너무나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실낱같은 신앙 양심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살다가 제가 목회자로 부름받아

사역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로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아내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때마다 저희에게 꼭 필요한 말씀들을 주시고,

그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게 하시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모임을 만나게 하셔서,

이 고난과 혼란 속에서 상대방이 아닌 내가 죄인이고

내가 속인 자였음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게 하셨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내가 제게 고백하길,

우리 부부가 이때까지 살아온 것이

순전히 본인의 인내와 희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강권적 역사하심이었고,

자기 자신도 너무나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저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죄인이지만 제 아내까지도

자기 입으로 고백하게 하심을 보면서,

우리 부부를 향하신 하나님의 깊고도 신실하신 긍휼과 사랑과

또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말씀의 능력 앞에

너무나 놀라고 감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고 연약하여 속고 속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새롭게 하시고, 구원으로 인도해 주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날마다 더 사랑하고, 더 신뢰하고, 더 의지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