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2 [황선균 목사]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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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균 목사의 고백"


난 월요일, 남교역자들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우리가 본 영화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고 하는 애니메이션 무비였다.

다 큰 어른들이 웬 만화영화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슬램덩크’는 단순한 만화영화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만화책으로 처음 나온 슬램덩크는,

농구를 통해 꿈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스포츠만화로,

내 또래 학생들에게 큰 공감과 인기를 얻었다.

이 만화 때문에 학교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는 거의 매일 농구를 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농구의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 그 당시 농구대잔치나 연고전 같은 경기들이 엄청 유명했고,

TV에서는 ‘마지막 승부’라는 농구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미국프로농구까지도 국내에 알려지면서,

그 외국 선수들의 멋진 나이키 농구화를 신는 게 우리의 유행이자 로망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시작되었으니,

단순한 만화 이상의 가치를 지닌 하나의 ‘문화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랬던 슬램덩크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조금은 갑작스럽게 끝이 나면서,

나뿐 아니라 내 또래 많은 이들이 그 후로도 굉장히 오랫동안 아쉬워했었다.


그렇게 그때의 내 또래가 이제는 3040세대가 되어버린 지금,

27년의 세월을 지나 그때보다 훨씬 더 눈부시게 발전한 슬램덩크 영화가

새롭게 극장에서 선을 보인 것이다.

그러니 그 시절을 보냈던 우리는 정말로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과연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함께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 극장에서 슬램덩크를 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3040세대가 지금 이 영화에 열렬하게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뉴스에도 나올 정도인데, 실제로 이 영화의 주 관객층이 3040 남성층이 많고,

이들은 혼자 와서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왕성하고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세대이다 보니,

친구들 혹은 동료들과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도 와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슬램덩크를 통해 누렸던 학창시절의 소중한 감동과 열정의 추억이

내 눈앞에서 찬란하게 재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보면서,

사실은 목회자로서 이 3040남성들에 대한 연민과 일종의 책임 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 3040이야말로 오늘날 교회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교회들은 보통 이들이 제일 바쁜 세대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번 슬램덩크 신드롬(?)이 보여주듯이,

아무리 바빠도 자신들에게 정말로 소중한 것에 대해서는

이들도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내고 있음을 보면서,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교회가 3040남성들을 향한 관심과 노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가 지나온 세월만큼 훨씬 더 탁월하고 치밀하게 발전하여

3040세대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것처럼,

이제는 우리의 교회도 새롭게 리뉴얼하는 ‘더 퍼스트 교회’가 되어서

3040세대에게 복음의 소중함과 탁월함을 알리며

그들을 따뜻하게 품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옮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