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0 [김가현 사모]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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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가현 사모의 고백"



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제 삶엔 더 이상의 소망도 절망도, 기쁨도 슬픔도 없는

무감정 상태로 단단한 껍데기만 남은 채, 

21년 여름 주님의 품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제게 사랑을 너무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제게 주님으로 충만하게 해 주셨고

그동안 굳어지고 사라졌던 모든 감정과 소망이 깨어나게 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네 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야만 했던 제게 엄마는 지워야만 하는 존재였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 주변 사람들이 엄마의 부재를 알 수 없도록

가면 속에 저를 감추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상처 입으신 주님이 상처 많은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아 2:10).

이혼한 저희 부모님은 물론이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을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혼은 나와 주변의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 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해왔지만

그건 주님의 뜻이 아니었기에

쌓아두면 무너지고 또 쌓으면 무너지는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교회에는 예쁜 가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강대상 앞에서 아이를 안고 기도하는 많은 부부 성도님들을 볼 때면

‘저렇게 사는 가정도 있구나, 저런 가정이라면..’ 하는

소망을 조금씩 품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23년 5월, 참석했던 청장년 수련회에서 저는

‘하나님 저 결혼 안 시키실 거면 이런저런 생각 다 없애고

주님만 바라보게 해 주시고

결혼 시키실 거면 코앞에 배우자를 데려다 놔주세요!!!’

투정 반 협박 반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2주 뒤 평소 저를 예뻐해 주시는 집사님이

교회에서 저를 보시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시며

오늘 저녁에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집사님은 제게 백종혁 전도사님을

소개받아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습니다.

집사님의 말에 그저 예의상 얼굴이라도 봬야 할 것 같아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코앞에 데려다 놔 달라고 기도하기 전,

집사님께서는 전도사님께 저를 소개해 주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고,

이미 제 마음에 소원을 주신 주님은 제 기도의 고백을 받으시고

그렇게 제 눈앞에 현실로 이뤄주셨습니다.

강도사님은 하나님이 제게 주시기 위해 준비하신 선물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각자의 시간을 통해서 서로의 선물로 빚어오고 계셨고,

강도사님은 부천에서 용인으로, 저는 서울에서 용인으로 옮기셔서

한 교회를 섬기도록 하시고 하나님의 때에 만나게 하셨습니다.

결혼 안 하겠다고 40년간 고집 피운 제 마음을 언제인지도 모르게 바꾸셨고,

너무도 너무도 부족한 저를 믿음의 선배님들의 기도로 돌아오게 하셔서

하나님의 종으로 쓰시겠다고 불러주셨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사와 후회, 원망, 감동으로

마음이 요동하는 죄인일 뿐인 저는

제 안의 하루짜리 믿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을 통해 먼지만도 못한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하나하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고,

지금도 진행 중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늘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하는 시간을 통해

저의 욕심들을 말끔히 내려놓은 뒤 온전한 마음으로 순종하면

상상도 못한 선물을 쨘!하고 꺼내 보여주시는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지금은 주님의 손에 이끌려 수지산성교회의 지체가 되는

엄청난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끌려갑니다.

한결같은 당신의 사랑을 따라서 변하지 않을 그곳을 향해..’

(WELOVE의 찬양곡 ‘나는 끌려갑니다’ 중에서)

이 찬양 가사처럼 저는 오늘도 한결같은 주님의 사랑에 이끌려 따라갑니다.